펜 드로잉을 시작하려면 가장 중요한 도구인 드로잉 펜을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펜은 종류가 너무 많지요. 어떤 펜이 펜 드로잉에 맞을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펜의 종류와 상황에 따른 펜 고르는 법에 대해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의 목차
1. 드로잉 펜의 종류
사실 ‘이것이 드로잉 펜이다’라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어떤 펜으로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과 용도에 따라 골라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드로잉 펜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떤 때 어떤 펜을 써야 할지도 알아볼게요.
1) 잉크의 종류에 따른 구분
잉크의 종류에 따라 드로잉 펜을 구분하면 수성펜 / 중성펜 / 유성펜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펜이 어떤 잉크를 사용하고 있느냐에 따른 구분입니다. 수성이냐 중성이냐 유성이냐에 따라 펜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특히 ‘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드로잉용으로 펜을 사용한다고 하면 이 점이 더 중요해집니다. 수채물감을 채색도구로 정했다면 특히 더 펜 선택에 유의해야겠지요. 수성잉크로 그린 그림에 물이 닿는 순간 엄청나게 번져버릴 테니까요!
그럼, 각각의 특징을 간단히 알아볼게요.
- 수성잉크 – 물을 베이스로 만든 잉크. 그래서 당연히 물에 번집니다.
- 중성잉크 – 수성잉크를 베이스로 점도를 높인 잉크. 젤이나 겔 잉크라고도 합니다. 수성잉크의 매끄러움과 유성잉크의 점도, 두 가지의 장점을 합친 잉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성이 베이스이므로 당연하게도 물에 번집니다.
- 유성잉크 – 기름을 베이스로 만든 잉크. 물에 번지지 않습니다.
수성인지 유성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드로잉 펜에 적힌 문구들을 자세히 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언어로 적혀 있지만 다 같은 뜻입니다. 한국어로 적혀있는 경우는 드무므로 물에 내성이 있다는 뜻의 영단어인 ‘waterproof’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이 단어가 적혀있다면 유성잉크를 사용한 펜이라는 뜻입니다. 일본 펜의 경우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위 이미지에는 ‘내수성’이라고 적혀있어요. waterproof와 같은 뜻입니다. 따로 적혀있지 않다면 수성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펜회사의 홈페이지 등에 들어가서 정보를 알아봐야 합니다. 예를들어 스테들러의 피그먼트 라이너 상세페이지에 보면, 물에 번지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즉, 유성펜이라는 뜻이지요. 수성펜의 경우에도 표시가 되어 있는 경우, 안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나미 플러스펜의 경우 우리나라 브랜드이기 때문에 한글로 ‘수성’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잉크의 이름이 펜의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피그먼트 잉크’ 같은 경우입니다. 피그먼트(pigment)는 그 자체로 안료라는 뜻도 있는데 유성잉크의 대표적인 이름처럼 되었습니다. 피그먼트 잉크를 사용한 펜을 ‘피그먼트 펜’ 또는 ‘피그먼트 라이너’ 등으로 부릅니다. 이제 어떤 경우에 어떤 잉크의 펜을 쓰면 좋은지는 아래의 ‘드로잉 펜의 선택’ 편에서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글을 계속 봐주세요.
2) 닙의 모양에 따른 구분
닙의 모양에 따라 선호하는 드로잉 펜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닙(nib)이란, 펜의 끝쪽에서 잉크가 나오게 하는 부분이며 잉크와 종이가 닿아 실제로 필기감을 결정하는 부분입니다. 만년필의 펜촉부분을 뜻하는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나 이제는 잉크가 나오는 끝부분을 통칭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팁(tip)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닙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떤 재질로 만들었냐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닙의 종류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른 종류가 더 있을 수도 있어요.
- 메탈닙 – 본래 만년필의 메탈재질 펜촉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유성펜 닙의 한 모양으로서 지칭해 보겠습니다. 메탈 원기둥이 잉크기둥을 감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 펠트닙 – 펠트라는 천 재질로 만든 닙을 뜻하지만 플러스펜처럼 펠트로 뾰족하게 만든 작은 닙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보통 수성펜에 많이 사용합니다. 섬유재질이라는 의미의 파이버팁(fiber tip)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 브러시닙 – 브러시(붓)타입의 닙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붓펜이 이에 해당합니다. 펠트닙과 마찬가지로 섬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러시타입은 보통 수성잉크를 사용했지만, 최근에 유성잉크를 사용한 붓타입 펜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 플랫닙 – 치즐팁(chisel tip)이라고도 하며 납작한 닙을 말합니다. 캘리그래피용 펜이 치즐팁으로 많이 나오며 마커나 사인펜도 치즐팁인 경우가 있습니다.
- 볼 닙 – 작은 메탈공이 굴러가며 잉크를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볼펜이 대표적이지요. 보통 중성펜에 많이 사용됩니다. ‘볼포인트’ 라고도 합니다. 애초에 볼펜이라는 이름이 ‘볼포인트 펜’의 줄임말이기도 하구요.
이외에도 생긴 모양에 따라 둥근닙(불렛닙), 사각닙 그리고 두께에 따라 두꺼운닙, 얇은 닙, 양쪽으로 열어쓰는 펜의 경우 트윈닙 등 닙이라는 용어가 그저 펜끝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쓰이기도 합니다.
3) 기타 요소에 따른 구분
드로잉 펜의 성격을 결정짓는 다른 요소들에는 펜의 두께(굵기)와 이름이 있습니다. 펜의 굵기는 곧 선의 두께와 연결되므로 그림을 그릴 때 얇은 선을 선호하는지 또는 두꺼운 선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잘 모를 경우 이것저것 실험해보며 그려보면 본인의 취향을 알 수 있게 되겠지요. 그래서 여러 두께가 한 세트로 있는 펜 세트를 구매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림 한 장에 여러 두께의 펜을 섞어서 쓰기도 하니까요. 두께는 보통 펜뚜껑의 가장 위쪽에 쓰여있기도 하고 몸체에도 써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름에 있어서도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해봅시다. 예를들어 ‘사인펜’ 이라는 도구는 이름만 들으면 문구용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인펜을 드로잉 펜과 분리하여 다른 문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인펜은 드로잉 펜의 한 종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펜이라고 하면 검은색 잉크를 쓰는 것을 떠올리고, 사인펜이라고 하면 다양한 색이 있는 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인펜이라는 용어 자체는 펜을 처음 만든 영미권에서는 없는 단어입니다.
영어로는 마커(marker) 또는 펠트펜(felt pen)이라고 부릅니다. 마커가 좀 더 넓은 의미인데요, 펠트펜이란 앞서 언급했듯이 펜 닙에 ‘펠트’라는 재질을 사용하는 펜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커는 수성, 유성할 것 없이 다양한 종류의 펜들을 아우르는 더 넓은 의미의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인펜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나왔느냐 한다면 바로 일본입니다. 문구가 상당히 발달한 일본에서부터 사용되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매직, 네임펜 등의 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에는 브랜드나 제품명이 그대로 그 제품의 용어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드로잉 펜들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어떤 펜을 어떤 경우에 선택하면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드로잉 펜의 선택
1) 수성펜
수성펜은 그릴 때 좀 더 부드럽게 그려지는 면이 있지만 채색도구로 수성사인펜이나 수채물감 같은 물과 관련된 도구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선이 번진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때로 일부러 선이 살짝 번지길 원하는 곳에 수성펜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표현을 위해서는 섬세한 물조절이 필요하므로 미리 다른 종이에 연습을 하는 것이 작품을 망치지 않는 길이 될 것입니다. 또, 잉크가 금세 마르지 않으므로 그릴 때 주의해야 합니다. 손날 등으로 문질렀다가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렇듯, 선을 그리고 채색하는 그림에서 수성펜을 선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느정도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성펜은 왜 만들어지냐고요? 부드럽게 잘 써지는 특징이 있어서 필기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해당 특징 때문에 채색용으로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색이 있는 사인펜들은 대부분 수성이에요! 수성잉크가 발색이 잘 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습니다. 채색용 사인펜으로 나온 제품도 있는데요, 수성잉크의 특징을 살린 표현도 할 수 있어요. 펜처럼 편하게 채색한 뒤 물만 묻힌 붓이나 워터브러시로 물칠만 해줘도 수채화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유성이나 건식재료로 선을 그리고 수성펜으로 채색하는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성펜으로 선을 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발색이 좋다는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다양한색을 가진 펜들은 수성으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색의 선으로 작품을 그리고 싶다면 수성펜이 선택지가 됩니다. 하지만 채색도구를 사용할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 결론 : 수성펜은 필기용, 그리고 채색용으로 좋다! 채색용 수성사인펜은 수채효과도 낼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
- 드로잉용 수성펜 브랜드 추천 – 모나미 플러스펜. 0.3미리의 두께로 색상도 다양해 선화를 하기에 좋다.
- 채색용 수성펜 브랜드 추천 – 스테들러 더블팁 사인펜
2) 중성펜
선이 수성만큼 확 번지는 것이 아니라 살짝 번지는 효과를 노린다면 중성펜을 쓰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중성펜은 수성펜만큼 엄청나게 번지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번지니까요. 하지만 펜마다 다른 혼합비율일 수 있어서 번짐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용해 보며 체득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중성펜은 앞서 특징에서도 썼듯이 수성과 유성의 장점을 합쳐놓은 느낌이라 필기용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많은 필기용 펜이 중성잉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 결론 : 중성펜은 필기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조금 번지는 효과를 위해 드로잉용으로 하나쯤 구비해둬도 좋다.
- 중성펜용 브랜드 추천 : 사라사 클립, 사쿠라 겔리롤
3) 유성펜
유성펜은 점도가 있어 수성펜보다는 사용시 부드러움은 덜한 느낌이지만 종이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물에 강하고 금세 마르는 특징이 있어서 드로잉용으로는 가장 적당한 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성잉크는 충분히 말리고 오래 두었다고 하더라도 물이 닿으면 번집니다만, 유성잉크의 경우 몇초만에 마르고 그 뒤로는 절대 번지지 않습니다. 다만 기름이 닿으면 번질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요. 유성인 채색도구(마커 등)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금 주의해야 할 수 있지만 거의 번지는 일은 없습니다. 마커는 보통 유성이라고 생각되어지지만 수성인 마커도 나오고 있으므로 구매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보통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결론 : 유성펜은 드로잉용으로 가장 적당하다. 다양한 두께로 마련해두면 드로잉할 때 든든하다. 마커는 유성으로서 채색도구로도 좋다.
- 추천 유성펜 브랜드 : 스테들러 피그먼트라이너, 코픽 멀티라이너, 피그마 마이크론
4) 딥펜
드로잉 펜을 추천할 때 편리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드로잉에 익숙해지면 꼭 한번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도구가 바로 펜드로잉 도구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딥펜입니다. 딥펜은 말 그대로 잉크를 찍어 쓰는 펜입니다. 나무나 플라스틱 대의 끝에 펜촉을 끼우고, 잉크병에서 잉크를 찍어 글이나 글씨를 씁니다. 잉크에 ‘담근다(dip)’는 말 그대로의 의미이지요. 현재에 많이 사용되는 잉크를 안에 채워 펜 닙(nib : 펜의 끝부분)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의 펜은 볼펜이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그 이전에는 만년필이 있었습니다.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잉크가 나오게 하는 만년필은 1800년대에 미국에서 발명되었습니다. 볼펜은 만년필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닙 끝을 금속 볼로 만드는 방법을 발명하여 특허를 딴 데서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단점을 보완하며 오늘날의 볼펜에 이르렀습니다. 만년필은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기에 수성잉크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볼펜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래서 물에 번지기 일쑤였죠. 이후 중성잉크, 유성잉크를 넣은 펜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펜 회사로는 스테들러, 빅, 파커, 모나미, 제브라 등이 있습니다.
번거롭긴 하지만 예전에는 만화작가들이 주로 이 딥펜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 이 딥펜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유럽의 펜화도, 일본의 만화도 다 이 딥펜의 펜촉끝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딥펜 딥펜만의 선의 느낌과 필기감이 있습니다. 요즘엔 딥펜의 대체로 만년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딥펜의 펜촉에는 탄력이 있어서 필압에 따라 선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고 펜촉의 종류도 많아서 마음대로 바꿔끼우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잉크의 색을 바꿔가며 찍어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캘리그래피나 필사용으로도 사용합니다.
- 결론 : 잉크와 종이에 사각거리는 느낌을 사랑한다면 딥펜에 도전해보자.
- 추천 펜촉 브랜드 : 니코 G펜
5) 사인펜
앞서 말했듯이 사인펜도 마냥 필기용으로 방치할 수는 없지요. 선화와 채색용으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사인펜’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 왠지 필기용인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인펜은 보통 얇은 선을 표현합니다. 주로 0.3~0.5 두께의 사인펜이 많이 나오고 문구용으로 더 친숙합니다. 어린이용 사인펜의 경우에는 두께가 1.0 이상의 펜도 나옵니다. 요즘에는 더블팁 사인펜이라고 해서 펜의 양쪽으로 다른 크기의 닙을 장착한 사인펜도 있습니다. 한쪽은 얇고, 다른 한쪽은 두꺼운 닙을 장착해 때에 따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처음엔 유성 마커가 이런 형태로 출시되었는데요, 점점 수성 사인펜에까지 그 영역이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수성 더블팁 사인펜은 ‘스테들러 더블팁 사인펜’ 등이 있고 모나미나 일본 브랜드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성 마커의 경우에는 역시 ‘코픽 클래식 마커’가 가장 유명합니다. 하지만 비싸다는 것이 단점인데요 품질이 인정받은 만큼 전문가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 브랜드인 신한에서도 마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마커를 사용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중국산 제품들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막 추천한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시작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난합니다.
특히 유성 마커는 오랫동안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들에게 사랑받는 채색도구였습니다. 그래서 마커의 경우 인식이 드로잉용으로 잡힌 반면 수성사인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수성사인펜의 번지는 효과를 이용한 수채화 수업이나 관련 책들도 나와있어서 해당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에서도 드로잉 쪽으로 많이 홍보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사인펜도 드로잉 펜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수성, 유성 중 어떤 성질의 잉크를 내 그림에 써야 좋을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수성이라면 수성사인펜을, 유성이라면 유성마커를 선택합니다. 유성은 말 그대로 기름이 들어간 잉크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물에 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성은 물에 닿으면 번집니다. 깔끔한 채색을 원하는지, 물에 번지는 효과를 원하는지를 잘 생각해 고르면 되겠습니다.
또한 사인펜을 채색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선을 그리는 용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닙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유성 마커의 경우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보통 더블팁으로 되어 있어서 한쪽은 얇은 선을, 다른 쪽은 넓은 면을 칠하도록 되어 있지만 얇은 쪽이라고 하더라도 수성사인펜처럼 얇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두꺼운 닙을 하고 있어서 얇은 선을 그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성 사인펜의 경우 얇은 선을 그릴 수 있는 제품도 많아요. 선을 주로 사용해 채색한다면 또는 색깔이 있는 선 자체를 활용하고 싶다면 얇은 닙의 사인펜을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얇은 닙을 가진 대표적인 사인펜은 ‘모나미 플러스펜’, ‘스테들러 화인라이너’ 등이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수성이고 색의 범위가 무척 다양합니다. 유성이면서 얇으면서 색이 필요하다면 색의 범위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있긴 있습니다.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에서 0.3과 0.5 두께로 20색 이내의 색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선의 다름을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해 보세요.
이외에도 펜의 종류는 정말 많습니다. 딱 봐도 드로잉용은 아니다 싶은 필기용 볼펜 등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구를 알고 사용하되 제한은 두지 않는 자세가 창작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커피를 찍어 그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드로잉이 아닌건 아니니까요!
- 결론 : 사인펜은 수성라인펜, 채색용 전천후로 사용가능하다! 용도에 따라 두께를 선택해보자. 두가지 두께가 한 바디에 있는 더블팁 사인펜을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
- 대표 사인펜 브랜드 : 스테들러 더블팁 사인펜, 화인라이너, 모나미 플러스펜
6) 붓펜
붓펜은 닙이 브러시 모양인 펜입니다. 붓에 먹을 찍어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펜으로 만들어 놓은 형태이지요. 딥펜이 만년필화 된 것과 같이 붓과 잉크를 합쳐놓은 것입니다. 닙이 브러시이기 때문에 일정한 모양의 선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특징을 노려 여러가지 다양한 두께의 선을 하나의 펜으로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붓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짜 붓에 먹을 찍어 사용할 때 처럼 잉크의 농담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잉크가 닙에 골고루 묻혀 나오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지요. 붓을 눕혀서 거칠고 빠르게 그리면 갈필(거친 질감) 정도는 표현될 수 있습니다만 잉크를 흐리고 진하게 표현하는 농담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먹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 그리고 붓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유용합니다. 예전에는 검정색 한가지만 나왔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색깔의 붓펜도 나오고 있습니다. 붓펜은 기본적으로 수성이기 때문에 채색도구의 선택에 있어서 신중해야 합니다. 수성사인펜과 마찬가지로 물이 닿으면 엄청나게 번지거든요. 하지만 또 물조절을 잘 해서 선이 번지는 효과를 내기에는 붓펜만한 도구가 없을 것입니다. 필압으로 선의 두께를 조절한다거나 채색시 물조절을 하는 것, 모두 어느정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므로 붓펜과 물칠이 주는 효과를 잘 내고 싶다면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초보분들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결론 : 펜드로잉에 익숙해질 때 쯤 붓펜에도 도전해보자.
- 추천 붓펜 브랜드 : 쿠레타케 브러시펜, 펜텔 붓펜, 모나미 붓펜, 스테들러 아트 브러시펜
3. 드로잉 펜 선택의 기타 요소
1) 종이
펜과 종이의 조합도 중요합니다. 종이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종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종이의 재질과 두께입니다. 재질은 종이 표면의 거칠기에 따라 세목, 중목, 황목으로 나뉩니다. 세목이 가장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황목은 거칩니다. 두께는 그람으로 나타내는데 드로잉용으로는 최소 70g부터 400g정도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A4복사지가 90g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습용이라면 90~150g정도의 두께도 무난합니다만, 붓펜 처럼 수성잉크이면서 물을 많이 머금은 선을 긋게 되는 경우, 또는 채색도구로 수채물감을 사용할 경우 최소 200g 이상 두께의 종이를 선택하세요. 만년필이나 딥펜처럼 일정한 힘을 주어 그려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얇은 종이와 붓펜은 종이가 선에 따라 쪼그라들어버리기 때문에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유성펜의 경우 종이의 선택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다만 금속닙의 경우 일정한 선을 원하는 경우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종이가 거친 황목의 경우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종이의 요철에 의해 펜선이 튀어버리니까요. 유성펜과는 세목인 종이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볼펜은 현재엔 중성잉크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유성잉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번짐이 있습니다. 또한 잉크가 나오는 양이 일정하지 않아 선이 지저분해질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볼펜의 특성상 닙이 잘 굴러가는 볼타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의 선이 잘 그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드로잉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가 맨질맨질한 재질이라면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잘 미끄러지길 원한다면 최고의 조합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최악의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각자의 목적에 맞게 종이와 펜을 잘 고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채색 도구
종이와 펜과의 조합도 중요하지만, 선을 그리는 펜의 성질과 채색도구의 성질과의 조합도 중요합니다. 성질에 따라 채색도구를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건식 재료 : 색연필, 파스텔
- 수성 재료 : 수채물감, 수성사인펜, 붓펜
- 유성 재료 : 아크릴물감, 유화물감, 유성마커, 오일파스텔
각각의 재료는 물론 사용하기 나름이지만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긴 합니다. 유성펜을 선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선이 그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떤 도구로 채색한다고 하더라도 선이 번지지 않길 원하는 것일테지요. 그래서 유성펜을 사용한다면 어떤 채색 도구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성펜으로 라인을 그린 그림이라면 채색도구로 수채물감이나 유성마커, 수성사인펜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의 느낌에 따라 채색도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이 직접 여러 재료를 경험해보고 그려보며 체득할 수 있는 부분이니 처음부터 어떤 조합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재료를 다양한 선에 써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3) 그림 스타일
본인의 그림 스타일에 따라 드로잉 펜의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얇은 선을 좋아한다면 유성라이너펜 중 두께가 얇은 것을 선택해봅니다. 보통 수성사인펜 종류는 얇아도 0.3이 최소입니다. 하지만 유성 라이너펜은 그 이하의 얇은 펜도 있습니다. 0.05, 0.1, 0.2, 0.3 정도의 얇은 펜은 힘을 빼고 살살 그리면서 얇은 선을 그리는 데에 좋습니다. 다만 닙이 무척 얇기 때문에 힘을 주어 그리면 닙이 휘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반드시 하나의 그림에 한가지 두께의 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두께의 펜을 하나의 그림에 사용해 원근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정도의 보통 두께의 라인을 좋아한다면 수성, 유성을 선택 후 0.3~0.8 사이의 펜을 선택합니다. 두꺼운 선을 선호한다면 0.8 이상의 두께를 선택합니다.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의 경우 0.05의 아주 얇은 두께부터 1.2의 아주 두꺼운 두께까지 다양한 레인지의 펜이 나와있습니다. 사쿠라의 피그먼트펜도 괜찮아요. 더 두꺼운 것을 원한다면 네임펜이나 매직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포스카펜(마커)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펜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펜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 혹시 디지털펜의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이 글을 참고해 보세요!